자유와 고립

자유를 원했다. 간섭하지 말길 바랐다. 멋대로 통제하려 들면 강한 반감이 생겼다. 어설프게 묶어두려하면 할수록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모든 발악은 몰개성을 요구하는 사회에 대한 반항이었고, 자기 손 아래 두려는 욕심에 대한 저항이었다.

막상 자유가 주어진 지금, 이토록 막막하고 멍할 수 없다. 사막에 혼자 내던져졌는데 당장 마실 물도 없고, 먹을거리를 알아서 찾아나서야 하고, 뜨거운 햇살을 피해 몸과 마음이 쉴 곳도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데, 모든 것이 고장난 사람처럼 막막하다. 목줄 놓친 주인을 잃어버린 강아지 같다고 할까? 평생 감옥의 독방에서 썩다가 갑작스레 출소한 죄수 같다고 할까? 자유를 외치던 그때에는 어떻게든 자유만 되찾으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젠 녹슬지도 않았는데 멈춰버린 기계가 된 기분이다.

자유가 주어졌지만 고립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40대가 정말 무서운 숫자라는 것, 빚지고 문 닫은 매장이 큰 짐이라는 것, 고장난 면역이 두터운 족쇄라는 것. 새삼스레 그 모두가 무겁게 다가온다. 성인이 되기 전부터 아파서 제대로 어른이 되고 자립하는 법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 분명 어른이 되었고, 한동안 잘 살아왔는데 언젠가부터 완전하게 애가 된 기분이다.

정년 기분 탓일까? 잠시 방황하는 중일까? 아니다. 3년 전에도 그랬고 10년 전에도 그랬다. 그토록 큰수술을 하고서도 아무것도 배운 게 없고, 어른의 논리로 회사가 인수가 되고 거리로 나앉았을 때에도 배운 게 없는 것이다. 매 순간 나에게서 벌어지는 일을 통해 배우고 그게 나의 피와 살이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든 아프고 힘든 순간을 넘겨버리고 지나쳐온 탓이다. 그러니 말은 인생 다 산 노인처럼 한다는 말을 듣다가도 행동은 여전히 유치원도 못 뗀 어린애 같은 거지.

내가 존재하는 이유 를 찾을 수 있을까? 과연 그런 게 있긴 할까? 고생하는 내내 진절머리나던 인생이어서 지나온 과거를 모두 잊어버리다 못해 생활의 지혜까지 잊어버린 치매 환자가 된 듯해. 그 무수한 세월을 보내고도 나는 나를 모르고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철부지가 되어버린 지금…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