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과거를 증명할 수 없다. 내가 지나왔던 길을 내가 말하는 한 아무런 힘이 없다. 누구에게도 가닿지 못하고, 어떤 사람의 의심도 거둘 수 없다. 지나온 시절마다 만났고 헤어졌던 인연들의 기억, 그들의 잔상 속에 내 모습이 나를 증명한다. 스스로 내뱉는 장황한 설명보다 그들의 기억속의 내 모습을 툭툭 내어놓는 것이 나를 떠받든다. 좋은 사람이라고 설명하지 않아도, 허풍이 아니고 진솔하고 잘 지내왔다고 온갖 말로 풀어내는 것보다 그게 더 효과적이다. 과거는 거짓말해도 과거를 함께 한 이들의 기억속 내 모습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물론 나 자신을 지운 채 주변 사람들에게 휘둘리며, 잘 보이려고 애쓰기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타인과 있든 혼자 있든 그 언제라고 하더라도 나는 온전한 내 모습으로 존재해야 한다. 자연스러움과 솔직함은 언제나 나를 편안하고 슬기로운 길로 이끌 것이고, 나의 기억과 타인의 기억속 내 모습이 비슷할 유일한 길이 될 것이기에. 내가 나를 속이는 순간 모두를 속이는 것과 같고, 내 과거와 내 과거를 함께 했던 이들의 기억도 왜곡하는 일이 되므로… 언제나 나는 나로 살아야 좋다. “네가 너를 설명하는데도 나는 너를 모르겠어” 이따금 그런 말을 듣는다. 도대체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느냐 그런 말들. 나도 나를 모르겠다. 너무 현실과 몸의 무게에 짓눌려서 나를 잃어버리고 사는 건지도. 스스로는 내 안의 무가치한 모습과 가치있는 모습이 공존한다고는 느끼는데, 스스로는 좀 더 못난 내 모습에 짓눌려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꾸미려고 꾸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도 잘 아는 내 못난 모습이 들키고 싶지 않은 것. 스스로도 한심하다 느끼는 부분을 어떻게든 포장하고 싶은 것. 그래서 조금이나마 내가 쓸모없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은 것… 그게 오히려 나를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게 참 싫은데도 그걸 벗어던지기가 쉽지 않아. 언젠가 나는 나로서 괜찮을 수 있을까? 바보같고 한심해도, 늘 아프다는 핑계로 무너지고 괴로워해도 괜찮을 수 있을까? 내가 나를 안아줄 수 있을까? 정말 그럴 수 있을까?…
그래도 가끔은 누군가가 내게 그래도 괜찮아 라는 말을 해줬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 들어.